@꽁듀맘님이 새로운 아가를 들이신다고 하니 돼지양을 혼자 키우다가 우리 토리를 데려올 때 생각이 나서
부럽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그러네요. 그 때 얘기를 잠깐 해드릴게요.
우리 토리는 매우 활발한 아이였어요. 처음 집에 와서 이리 저리 휘젓고 다닐 동안,
울 순둥이 돼지양은 텃새 하나 부리지 못하고 있었어요.
우리 가족 밥 먹을때 항상 식탁밑에 있던 울 돼지양,
토리가 오고 난 후에는 그 자리 토리에게 뺏기고
휴지통 뒤쪽에 가서 숨어서 눈치 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마음 아파서... 고민하다가,
이전에 도움 받은 적 있는 애견 조련하시는 안충기 선생님께 전화를 했더니
돼지 인식 속에 꼬마가 한 공간에 있어도 문제 없음을 알게 해주어야 한다며
육각장에 두 마리를 함께 넣어두라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울 돼지랑 토리랑 둘다 육각장 안에 넣어두면 돼지가 토리를 피해 최대한 먼 거리에 앉아 있더라구요.
육각장 안에 넣어두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만큼요..
그래서 결국 저는 육각장을 삼각장 으로 만들어 둘이 엉덩이가 닿을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줬습니다.
그랬더니 울 돼지양,
담타기를 시도,
육각장 담끝에 배를 걸치고, 겁쟁이라 밖으로 뛰어 내리지도 못하고 안으로 들어가자니 토리가 있고...
밤새 그러고 있더군요. 울면서...
새벽에 그 모습 보고 불도 켜지 못하고 깜깜한 곳에서 숨어서 지켜보면서 2시간여를 망설였습니다.
그냥 풀어줘야할지...
ㅠ.ㅠ
토리가 자꾸 돼지 따라다니는 것을 지켜보니
자꾸 돼지 배쪽으로 가서 머리로 치는것 같더라구요.
어쩜 엄마로 알고 젖을 빨려고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니,
엄마 떨어져서 온 울 토리도 안됐고..
혼자 잘 지내다가 토리의 등장으로 힘들어하는 돼지도 안됐고... ㅠ.ㅠ
아래 사진은 그때의 사진이예요.
삼각장 안에 두 마리 넣었더니 저기.. 보이지 않는 삼팔선에
(그나마 토리가 자고 있으니 저 자세가 가능한겁니다)
울 돼지양 거의 48시간을 우느라 긴장하느라, 짖어대느라 잠을 못자더니
급기야 불편한 자세로 앉아서 졸기 시작.
머리를 편히 바닥에 댈수도 없고(그렇게 하자면 토리랑 더 닿게 되니까..)
결국 창살에 얼굴을 끼고 조는데,
그러다보니 윗 입술이 들려서.. 이렇게 되어버렸습니다. ㅠ.ㅠ
(저기요...
우리 돼지양이 성질이 더러워서 저런 표정이 나온게 아니구요.. ㅠ.ㅠ
너무 피곤한데 잠을 잘수가 없다보니... -.-;;)
결국 우리 돼지양은 스트레스로 심한 장염이 생겼고 병원에 입원을 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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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결국 조금씩 적응해서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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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간에 앉게 하는데까지 6개월은 걸렸던 것 같아요. 그래도 돼지양... 최대한 한쪽으로 앉아있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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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듀맘님 겁주려고 이런 얘기 쓴게 아니구요,
아기 데려오자 마자 자기 자식처럼 품어주는 아이도 있지만,
우리 돼지처럼 적응을 잘 못해서 고생하는 아이들도 있어서요,
그 부분을 먼저 잘 이해하시고 아기를 맞으시라고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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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고
토리와 조금씩 적응을 하시 시작했는데 우리 토리가 그렇게 허망하게 가버렸었구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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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우리 토담이가 나타나서!
토리랑은 또 비교가 안될만큼 돼지한테 치대고 치대고 또 치대고 또또 치대더니...
둘이 애정 돋는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요즘은 이렇게 지내요.
토담이가 곁에 오면 "아~ 또 얘네... " 이럼서도 받아들이는??
간혹은 돼지양이 토담이한테 장난을 먼저 걸기도 해요. 그럼 토담이는 완전 신나죠. ㅎㅎ
요즘 들어 보면 돼지가 정말 많이 활발해지고 눈빛도 활기에 차 있어 보여요. 아마 토담이의 영향이 아닌가 싶어요.
역시..... 하나보다는 둘이 훨씬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는 것...
견주에게도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만 원래 있던 우리 아가들에게도 큰 변화라는 것을 우리가 먼저 인지해야할 것 같아요.
뭐 울 돼지양은 좀 많이 까칠해서 더 고생한것도 있겠지만,
저 때 고생하면서 인터넷 서치해보니 이렇게 새로 들인 아이때문에 고생하는 케이스도 많더라구요.
아까 덧글에서 달아드렸 듯이
새 아가가 들어오면 꽁듀 더 먼저 많이 이뻐해주시고,
두 아이 양쪽 팔에 함께 앉아주는 것 많이 하시고(이게 효과가 좋다네요)
서로 바로 적응하지 못하면, 좀 기다려주세요. 너무 조금해하지 마시고...
그러다보면 머지 않아 서로 가족임을 인식하게 될겁니다.
꽁듀맘님 새 아가... 넘넘 부럽고,
아가 들이느라 고민하시는 것 보니 울 토리 돼지 생각나서 주절 거려봤어요.
꽁듀와 꽁듀 동생이 서로 금방 적응해서 너무 잘 지낸다는 소식이 올라올 날을 기대해봅니다!! ^^
꽁듀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