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친구에게 왜 디지털 방송을 설치하는데 HDMI 케이블을 사용하지 않았는지 해당 IPTV 업체에 물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돌아온 대답이 “원래 HDMI 케이블은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궁금증이 동해 관련 업체에 물어봤다. 그랬더니 HDMI 케이블 가격이 비싸 기본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HDMI 케이블은 시중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경우 1만 원이 채 안 된다. 실제로 기자 역시 7000원에 HDMI 케이블을 구입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아날로그 케이블은 단가가 몇 백 원 수준이다. 고작 몇 천 원 차이지만 가입자가 해마다 수십만 명에 달하는 유료방송 업체로서는 케이블 가격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가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설치 기사가 HDMI 케이블을 연결할지 일반 아날로그 케이블을 연결할지에 대해 가입자에게 물어보면 안 될까? HDMI 케이블과 아날로그 케이블은 대단히 큰 차이는 아니지만 분명 화질 차이가 난다. 동일한 TV 2대를 놓고 하나는 아날로그 케이블로, 다른 하나는 HDMI 케이블로 연결한 뒤 화면을 정지시켜 놓으면 영상에 민감한 이들은 어렵지 않게 화질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설치 기사들은 이런 케이블에 따른 차이를 알려주지 않고 셋톱박스와 케이블을 연결한다.
이 같은 문제는 IPTV뿐만 아니라 케이블TV 업계도 마찬가지다. 서로 ‘고화질’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조금 더 우수한 화질을 제공할 수 있는데도 단가를 문제 삼아 화질이 떨어지는 아날로그 컴포넌트 케이블을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케이블 값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면 그냥 아날로그 케이블로 연결해달라고 할 사람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나이 많은 분들은 아날로그 케이블과 디지털 케이블에 따른 화질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면 HDMI 케이블의 필요성을 더더욱 느끼지 못한다. 실제로 아직 많은 수의 어르신들이 디지털 방송 채널인 6-1, 7-1, 9-1, 11-1번을 선택하지 않고 오랫동안 사용해 오던 아날로그 채널(6, 7, 9, 11)을 선택해 HDTV로 SD 영상을 시청하곤 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서비스의 문제다. 더 좋게 시청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방법을 알려주지 않고, 임의대로 아날로그 케이블로 연결한다는 것은 매월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에게 결코 해서는 안 되는 행위다. 비싼 돈을 주고 수백만 원에 달하는 고급 대형 TV를 구매하고도 그 성능을 십분 발휘 못한다면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한 번 셋톱박스를 확인해보길 바란다. HDMI 단자가 있는 디지털 TV 보유자라면 적/녹/청 세 가닥으로 된 아날로그 컴포넌트 케이블이나 노란색 단자부로 된 아날로그 컴포지트 케이블 대신 HDMI 케이블로 연결하길 바란다.
케이블 연결이 어렵다면 사용하고 있는 유료방송 고객센터에 연락해 연결해줄 것을 요청하면 된다. 만약 HDMI 케이블을 소비자가 직접 구매해 연결해줄 것을 요청했을 때, 이것조차 투덜거리며 그냥 보라고 말하는 곳이 있다면 당장 해지하는 것이 옳다. 입으로만, 그리고 광고로만 고화질을 떠들 뿐 정작 더 나은 영상을 제공하려는 노력은 안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