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택시에서 따블을 외친 이야기.
나는 한국택시를 탈 때는 항상 긴장을 하는 편이다.
오늘은 무슨 일이 생길까? 어떤 아저씨를 만나게 될까? 스피드는 괜찮을까?
복불복같이 매번 두근두근한다^^
일본엔카(트로트)를 불러주는 친절한 택시아저씨부터 10분만에 강남-분당을 오가는 총알택시까지 여러가지 택시를 타봤다.
근데 이번에는 그 상상을 뛰어넘는 일을 경험했다.
서울 L호텔 앞.
한국에 오신 부모님을 모시고 인사동을 가려고 호텔안에서 택시를 잡았다.
아빠를 앞에 태우고 뒷자리에 엄마와 내가 탔다.
택시아저씨는 '어디가세요?' 라고 물었다.
나는 아주 미안한 목소리로 '아저씨 인사동 가주세요' 라고 했다.
왜냐하면 '짧은 거리'였기때문이다.
기본거리요금은 욕먹을까봐 잘 타지 않지만 날씨가 별로 안 좋은데 아빠는 천식이 있어 복잡한 도심을 걷게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아저씨는 아무 말없이 출발해주었다. 근데..........
호텔 정문을 빠져나가기 직전(3m주행)에 갑자기 택시는 멈춰섰다. 그리고 아저씨는 말을 했다.
'기름이 없어요.' '에?'
'기름이 없다고요.' '하?'
나는 너무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가만히 버티고 있었다. 그랬더니...
'내려요. 기름넣으러 가야돼요.'
'에---------------혼또??'
아니 손님을 태우러 호텔에 들어왔는데 엥꼬라니??? 나는 납득이 가지 않았다.
계기판을 살짝보니 1/3은 있었다. 아~ 짧은 거리에 짜증이 났구나...ㅠㅠ
영문을 모르는 부모님은 무슨일이냐고 나에게 물었다.
근데 나는 입을 열 수 없었다.
나...는... 한국의 나쁜 모습을 부모님에게 보여주기 싫었기때문이다.....
매번 부모님에게 한국은 대단한 나라라고, 한국은 좋은 나라라고, 한국사람은 정말 친절하다고, 한국은 본받을 점이 많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기때문에 이런 한국은 보여주기 싫었다.
양쪽으로 압박을 받던 나는 문득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유레카~~~~~ㅋㅋㅋ
그리고 기사아저씨에게 말했다.
'아저씨 인사동 따블이요'
이거 솔직히 옛날에 한국드라마에서 본 건데 현실에서 통할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근데 거짓말처럼 택시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이~ 뭐 가는 길에 잠깐 들렀다 가죠'
아~~ 다행이다. 이번에는 부모님이 무슨 일이었나고 물었다.
'음... 아저씨가 택시초보라서 길을 나에게 물어본 거야.. 걱정하지마..' 라고 대답하고 얼른 넘겨버렸다.
하지만 나는 하루종일 꿀꿀한 마음으로 부모님을 안내해야했다.
나에게 이번 일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말을 잘 못할 때 종로에서 남산까지 5만원냈던 기억에서
인사동에서 삼청동 가는데 뱅글뱅글 돌아서 1.2만원 냈던 기억까지...
한국사람들에게 말을 하면 그당시에 왜 따지지 않았냐고 나에게 되묻는다.
음... 외국인이라고 바보는 아니다. 다만 다른 나라에서 소란을 만들기 싫은 것이다.
나는 여자외국인이고 싸웠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때문이다. 납치같은....
그래서 순순히 원하는 말을 들어주지만 너무 억울하다.
종로에서는 다시는 택시 안 탈꺼야ㅠㅠ
택시 기사분들 식사도 거루면서 수고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