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토담이는 6번째 반려견입니다.
부끄럽지만, 그 동안 이러저러 이유로 끝까지 아이들을 책임져주지 못했었답니다. 아파트에서 키우기 너무 커져서 시골에 친척분한테 보낸 적도 있고, 조카가 태어나자 오빠네의 강력한 반대로 (저희 어머님이 조카를 키워주셨어요) 또 아는 지인에게 보내야했었지요. 그 헤어짐이 너무 크다는 것을 알고 10년 넘게 새로운 아이를 들이지 못하다가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그 상실감이 우리 가족들에게 너무 커서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 네번째로 우리 "돼지양"을 들였습니다. 이제는 6년이 다되어가네요. 돼지 동생으로 들어왔던 아이가 토리였어요. 몇분은 아시지만 어처구니 없이 아이를 잃었지요. 그리고 토리의 자리를 다시 메우기 위해 데려온 아이가 우리 토담이랍니다.
사설이 길었네요.
어쨋든 제게 토담이는 첫번째 반려견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 토담이는 제게 특별하고 묘한 감정이 들게 하네요. 처음 데려와서 거의 일주일을 너무 아파서 잘못되는거 아닌가 싶어 발을 동동 구르며 그때 너무 안아줘서 그러는걸까요? "엄마"라는 단어가 익숙치 않아 "토담이 언니"라는 표현을 쓰는 제게 모성애가 들게 하는 녀석입니다.
부천 모임때 보셔서 아시겠지만, 정말 통통거리는 아이예요. 그 날은 많이 조용한 편이었구요 집에서는 말그대로 천방지축입니다. 하도 뛰어다니고 그러다보니 아마 사람이었으면 온 몸이 멍 투성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여기 저기 부딧히고 다닌답니다. 어제 저녁만 해도 냉장고에 한번 머리를 (뺨 맞듯이) 심하게 부딧혔는데도 고개 한두번 흔들고 또 금방 뛰어다니더라구요. 그런데 정말 아프게 다치거나 서러울때가 문제입니다. 어제 새벽처럼 캥거루처럼 뛰다가 턱이 방바닥에 부딧혀 (아마 혀가 물린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신이 멍~할정도로 아프거나, 돼지언니한테 마구 장난치다가 한번씩 심하게 혼나거나 그러고 나면 우리 토담이는 두리번 두리번... 저를 찾습니다.
그리고는 저를 향해 뛰어와서 제 품에 속~ 안깁니다. 아프고 서러우니까 눈도 제대로 못 뜨면서 '흐잉~' 이나 '으앙~' 소리와 함께 말이죠. 한참을 만져주고 위로해주면 또 금방 뛰어다닙니다.
어제는 묘한 기분에 토담이 눈을 바라보며 한참을 있었습니다. 우리집에서는 토담이가 저를 분명히 엄마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합니다. 저도 어제는 그렇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런 생각이 듬과 동시에 한편 걱정이 됩니다. 사람은 부모가 먼저 생을 마감하는데, 우리 토담이는 아마 저보다 먼저 무지개 다리를 건너게 될테니까요... 그때를 생각하면 더 이상의 깊은 정은 쌓지 말아야 하는거 아닌가 ...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참으로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애잔함, 안쓰러움, 귀여움, 고마움, 그리고 두려움....
집에 온지 3~4일 됐을 때 한참 아플 때 모습이예요.
이렇게 원숭이 거치고..
이렇게 사랑스럽게 그리고 고맙게 제 옆에서 자라주고 있네요.
인연이란게 참으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