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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 글을 올릴려고 작성해놓고 있다가 포메러브 성격상 맞지 않는것 같아 보류한 글인데요.

며칠전 라니님께서 묻고답하기에 올리신 글이 있어 이와 관련된 유기견에 대한 글을 올립니다. @라니

지극히 저의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올리는 글이니 포메러브회원님들의 생각과 다른 점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유기견. 참 안타까운 일인데요.

몇 달전에 비가 오는 어느날 유기된 진돗개와 푸들이 주차된 트럭 밑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걸 보고,

구청에 전화해서 구조한 적이 있었습니다.

진돗개는 암컷으로 뼈가 앙상하게 보일 정도로 말라 있었고,

푸들은 수컷으로 주인이 잃어버린지 얼마 안된듯 목줄을 하고 있었습니다.

춥고 배고픈 아이들은 서로를 의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이 들더군요.

구조는 되었지만 눈에 밟혀서 보호소가 어디인지 문의하여 찾아가 보았습니다.

보호소는 구청에서 위탁한 동물병원 겸 보호소였습니다.

 

조금은 안정을 찾은 듯했지만 여전히 낯선 환경때문에 아이들은 불안해 보였구요.

그래도 저희를 기억하는지 반가워하더군요.

반가운 것도 잠시 10일이라는 짧은 기간안에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 된다는 말에 저희는 당황했습니다.

차라리 밥이나 물을 주고 그 아이들이 삶이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한 동정심이 그 아이들의 삶을 앗아가는 것이 된다는 생각이 드니 죄책감마저 들더군요.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어버렸으니 주인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보호기간이 이틀정도 남았을때 다행히 푸들아이는 주인의 품에 안겼습니다. 천만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진돗개는 결국 주인이 나타나지 않았구요.

 

새로운 주인이 있다고 동물병원(보호소)에서 말을 하는데 궁금해서 저희가 물어보니 큰 아이들을 좋아하는 분이 있다고만 말하더군요.

좀 의심스럽고 뭔가 기분이 찜찜해서 입양 후 아가를 저희가 주기적으로 볼 수 있겠냐고 물으니 난처해 했습니다.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어 평소 알고지낸 보호활동을 많이 하셨던 지인에게 물어보니

장사치들과 연계가 되어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씁쓸했습니다. 물론 100% 그런건 아닐겁니다. 하지만 찜찜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저희가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되지않아 지인들에게 수소문해보았지만 덩치가 큰 진돗개를 입양할 분은 없었습니다.

 

결국 시골에 계신 장모님댁에서 임시보호하자고 처남과 얘기하고 저희가 입양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이름은 진순이라고 지었구요.

평소에는 혼자 계신 연로하신 장모님이 기존에 있던 진주라는 진돗개와 진순이 두 마리를 돌본다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더군요.

주말마다 오가면서 저희도 할만큼 한다고는 하지만 역시나 큰 아이들이다 보니 건사하기가 쉽지 않아보였습니다.

죄송하더군요. 괜히 짐만 지어드린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장모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진순이가 새끼를 낳았다고.

예상치 못한 일이었습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지요. 새끼도 한두마리가 아니라 여섯 마리나 낳았습니다.

너무 말라있어서 임신한 상태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여섯 마리의 생명을 구한일이라고 뿌듯해했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두 마리도 벅차신 장모님이 그 여섯 마리의 아가들을 돌본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지요.

두 달동안만 기르고 젖땐 다음 모두 입양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매주 시골에 가서 울타리도 치고 사료도 사가고 이것저것 챙겨주고, 다행히 건강히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두 달이 지나자 거의 대박이 싸이즈가 되더군요.

하지만 죄송스럽게도 아가들을 입양보내신 분은 처남이었습니다.

저희는 입양보낼 곳을 알아만 보다가 거리, 시간상의 문제로 도움을 드리지못했지요.

처남이 한두 마리씩 입양을 보내주셔서 지지난주에 마지막 한 마리까지 무사히 마쳤습니다.

 

아가들 입양을 모두 보내고 아직 장모님댁에 남아있는 진순이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과연 우리가 옳은 일을 한 것인가? 생명을 살린다는 생각으로 주위의 분들게 폐를 끼친 것은 어떻게 보상해야 하나?

오만가지 생각으로 와이프와 저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다만, 우리가 한 일이 잘한 일이지만 내가 건사하고 돌보지않을 거라면, 내가 끝까지 사랑으로 키울 것이 아니라면

섣부른 판단으로 다른 분들께는 피해를 주지말자였습니다.

다행히 장모님이 진순이는 힘 닿는데까지 키우신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유기견보호소에서 보호하는 기간은 불과 10일입니다.

그사이 주인을 찾기도 하지만 주인에게 버려진 아이들은 다시는 주인이 찾지않습니다.

혹여 유기견을 입양하시는 분들도 있으시지만 그 숫자는 많지 않고요.

많은 유기견들은 안락사를 당하게 됩니다.

제 생각에는 차라리 캣맘들처럼 배고프고 목마른 개를 보면 사료나 마실 물을 주는 것이 더 도움이 될 듯합니다.

이것은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사람에게 사랑받다 사람에게 버려지고 혹은 원치않는 이별을 하는 개와 사람들의 관계의 악순환은 한순간에 사라지지않을겁니다.

어쩌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반려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한다면, 반려견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보편화된다면

그때는 적어도 주인에게서 버림받는 아이들은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포메러브의 특성상 좀 동떨어진 이야기를 올린 것 같네요.

개인의 생각이 모두 다르니 제 생각이 옳다는 말씀은 드리지않겠습니다.

다만 섣부른 판단으로 저희처럼 죄책감을 느끼거나 자책하는 일이 없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일상에서 유기견과 마주치면 상황에 따른 판단을  하시게될 때가 있을겁니다.

물론 판단은 각자의 몫입니다. 구조요청을 할지, 아님 맛있는 거라도 먹일지, 그냥 지나칠지 ......

조금이나마 제 경험이 도움이 회원님들께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

 

포메는 아니지만 진순이와 꼬물이들, 마지막에 입양보낸 복실이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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